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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공동주택 50년 시대, 정부는 준비되어 있는가

학회정론

노후 공동주택 50년 시대, 정부는 준비되어 있는가

등록일

2025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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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현재, 국내 아파트의 5채 중 1채 이상이 준공 30년을 넘겼고, 2032년에는 절반에 육박, 2042년
에는 7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과 수도권의 1기 신도시를 비롯해 대규모 공동주택이 본격적으
로 노후화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은 유례를 찾기 힘든 속도로 대규모 공동
주택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해 왔고, 그 과정에서 정부는 공공의 수단으로 아파트 공급을 주도했다. 그 결
과, 한 세대가 채 지나기도 전에 주택 부족과 노후화라는 두 현상이 맞물리는 비대칭적 구조가 형성되었다.
빠른 경제 성장과 공급 확대는 국가 주도로 이뤄졌지만, 노후화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만든 구조 속에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그 후속 관리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
는 셈이다.

실제로 정부는 오랫동안 노후 공동주택 문제를 ‘사유재산’의 영역으로 축소해석하며, 민간의 자율적 대응
에 맡겨 왔다. 입주민들은 제도적 방향성도, 실질적 재정 지원도 없이 공동주택 유지·보수라는 막대한 부담
을 감당하고 있다. 정부가 유일하게 내세우는 해법인 재건축은 고밀화와 사업성에 대한 제약으로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하며, 리모델링 제도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 중심 운영 탓에 실효성을 잃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이후 정지된 ‘내력벽 철거 허용기준’ 재정비다. 정부는 수차례 기준 재정비를 예
고했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기준은 공표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리모델링 사업들이 차
질을 빚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택법」 제69조에 따라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은 구조안전성에 대한 두 차례
의 전문기관 검토를 받아야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필로티 구조’를 이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그러던 중
2023년 법제처 해석을 통해 ‘필로티 구조’도 수직증축형에 포함된다고 보면서, 기존 사업 단지들까지 소
급 적용되는 혼란이 벌어졌다. 이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보다 규제 강화에 방점을 찍은 제도 운영의 결과
이며, 오랜 기간 리모델링을 준비해 온 단지들에 말할 수 없는 혼란과 좌절을 안겼다.

이로 인해 현재 전국적으로 약 153개 단지, 12만 세대가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해석 차이, 규정 미비, 구조
검토 기준의 모호성 등 제도적 공백 속에 방치되어 있으며, 이는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한 입주민들에게 실질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리모델링은 민간의 자발적 선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 정부 주도로 공급된 공동주택
이 노후화된 지금, 그에 대한 대응과 관리도 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국정 분야다. 이는 단순한 행정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개입으로 형성된 구조에 대한 ‘국가적 책무’로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리모델
링은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건축물 에너지 성능 개선, 고령화 사회의 공동체 유지, 도시 기반시설의 재활용
과 같은 다층적 가치가 결합된 주거정책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민간이 알아서 한다’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할 때이
다.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 그것은 단지 ’낡은 집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수명을 연장하고, 주거의
질을 높이며,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공간을 물려주는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준비되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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